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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패기

닛코, 후지산_쉰 번째 이야기

닛코, 후지산_쉰 번째 이야기

닛코

 

학교 다니고 일하고 자고 일어나 칫솔을 입에 물고 세면대로 가서 세수하고 볼일보고 매일 똑 같은 생활의 반복, 나에게 유일한 낙은 쉬는 날이었다.
어느새 레벨3도 끝났고 겨울은 온데간데 없고 봄이 찾아왔다.
이제 일본에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내야 알차게 보낼까 생각하다 봄방학이고 해서 쉬는 날에는 도쿄 외곽의 관광지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쉬는날 하루 전날 스즈노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닛코라고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안내 할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나야 무조건 좋았다. 일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스즈노를 알게 된 이후 학교에서 거의 매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더욱 친해져 있었다.


다음 날 닛코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만났다. 신주쿠에서 아사쿠사로 가서 다시 토부선으로 갈아타 닛코행 전철을 탔다. 1시간 40분을 달려 닛코에 도착을 했는데 그 곳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닛코는 아주 방대하고 유명한 관광지는 띄엄띄엄 있어 버스로 주로 이동했다. 스즈노 말에 의하면 닛코는 에도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했는데 마을과 인접한 깊은 계곡과 숲을 바라보니 에도시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많은 곳은 가 보지 못했고 가장 유명한 몇 군데만 가 보았는데 그 중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인 케곤 폭포에 갔는데 닛코 자체가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3월말인데도 눈이 내렸다. 100m에 달하는 거대한 폭포인데 폭포의 반은 얼어있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물은 엄청 웅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에도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쓰를 기리기 위해 불과 일년 반 만에 지었다는 닛코 동조궁에 갔는데 여기는 엄청난 돈과 45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옛 건물치고는 아주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으며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간이 없어 여유로운 여행을 하지 못했지만 스즈노가 아니었다면 닛코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을텐데 스즈노라는 친구가 있어 너무 좋았다.

 

 


후지산


일본에 처음 오는 날 비행기 속에서 후지산을 보았다. 그때 꼭 후지산에 한 번 가 봐야지 생각만 하다 여행일정을 세웠다.
후지산 등산을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어서 차가 올라가는데 까지라도 가보고 싶었다.
당시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지도 않아 어떻게 가야 할지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다. 주변 일본사람들 마마, 주방장, 이노상에게 물어봐도 잘 몰랐으나 그 중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장님이 전철도 가지만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며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다.
동광이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같은 날 쉬는 날(야쓰미)을 잡지 못해 나 혼자 가야만 했다.
여러 군데 알아본 결과 신주쿠역의 서쪽 출입구(니시구찌)쪽 사쿠라야라는 전자상가 앞에 후지산 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후지산 중턱까지 가는 버스표를 사려고 했지만 안내원이 말하길 아직까지 후지산 산길이 얼어 있고 위험요소가 많아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후지산에 가려면 5월이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단 가까운 곳에서 후지산을 볼 수는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하루하루 그리고 쉬는 날은 너무 소중했고 어렵게 세운 계획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산에는 올라 갈 수 없지만 후지산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기라도 하고 싶었다.

카와구치코

매표소에서 후지산 입구라고 볼 수 있는 ‘카와구치코’라는 곳까지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도쿄 시내, 혼자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약간 외롭기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고속도로를 달려 카와구치코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데 눈앞에 하늘로 치솟은 후지산이 보였다. 사진으로만 그림으로만 그리고 비행기에서 아주 작게 보였던 후지산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꽤나 멋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비록 후지산 트레킹은 하지 못 했지만 번잡한 도시를 떠나 교외로 나오니 무척 조용하고 한가로운 것이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