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학기 시작과 3번째 안식처_서른 번째 이야기
10월 초 2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아르바이트 구하러 다니고 야타이 장사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 했지만 9월 한 달간 반 강제적으로 시간이 생겨 이 때 조금 열심히 해서 그런지 무사히 레벨은 다음 단계로 올라가게 되었다.
새로운 반에 학생들은 기존 학생들과 이번에 새로 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미국인이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항상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그랬는지 미국 같은 반 친구들에게 호감을 보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난 영어도 못 했으며 일본어도 무척 서툴렀기에 의사소통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다 서로 말이 통하고 이해했을 때 무척 재미있었다.
이때 일본을 다녀 온 후 영어권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일본에 오기 전 당시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 버팔로라는 곳의 뉴욕 주립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형진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집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어학연수를 오라고 했었다. 만약 일본을 오지 않았고 미국을 갔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며칠이 지나 미국인 친구들과 조금 친해지고 나서 챠도윅과 데이빗 그리고 나오미를 집으로 초대했다. 불고기, 계란말이, 김치, 김을 준비했고 모두들 생소한 음식이었지만 맛있게 먹어 주었다.
챠오윅은 불고기가 맛 있다고 혼자서 거의 다 먹었고 데이빗은 김치가 맛있단다.
나는 그 친구들에게 한국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었는데 대답을 듣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이름은 들어 본적 있다고 했고, 태권도의 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으나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미국인 뿐만 아니었다. 이웃나라에 살고 있는 일본인 젊은이들 조차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친구들도 많았었다.
우리의 착각일 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나마 여러 사회적 문화 측면에서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0월 초 어느 하루 미락정 야마다상에게 연락이 왔다.
아르바이트와 숙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며 미락정에서 보기로 시간을 정했다.
만나기로 한 약속 일정에 맞추어 미락정으로 갔다.
아직 야마다상이 오지 않았고 저녁 시간이라 마마가 비빔밥을 먹으며 기다리라고 했고 밥을 다 먹어 갈 때쯤 야마다상이 왔다. 야마다상은 쉬는 날이었는데 마마가 통역으로 부른 것이었다.
나에 대해서 언제 왔으며 언제까지 일본에 있을 예정이냐, 이렇게 식당에서 일 해 본적 있는지, 가게가 바쁜데 일 할 수 있겠냐 등등 물어보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찾아 오지 않는 기회라 생각해서 최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대답을 했다.
마마가 처음부터 좋게 봐 줘서 그런지 지금 아르바이트 하는 직원이 그만 두면 바로 부르겠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마마는 10월 말경부터 일하게 될 것 같다고 했고 확정 일은 다시 이야기 해 주겠다고 했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 했었고 집을 구해야 된다고 하니 다른 비싼 집 구하지 말고 야마다상과 숙소를 같이 사용하라고 재차 이야기 했다. 야마다상도 내가 불편하지 않다면 본인도 전혀 불편할 것 없다며 괜찮다고 했다.
간단히 마마와 면담을 마친 후 야마다상이 숙소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오래된 2층 나무집 2층 방이었다. 숙소는 개인 욕실이나 화장실이 없었다. 집 주인과 같이 사용하는 세면대와 화장실만 있을 뿐이었다. 야마다상은 아침에 일어나면 근처 센토(동네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숙소에 대하여 불평 불만이 하나도 없었다. 저렴한 가격에 누워서 잠만 잘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었다.
숙소 구경을 마친 후 가부키쵸에서 호떡 장사를 시작한 영길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마극장 근처 맥도널드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했고 그 곳에 가니 민경씨, 윤정누나 그리고 개그맨 김의환 형도 와 있었다. 호떡 장사는 그렇게 잘 되는 건 아니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해서 앞으로 잘 될 것 같았다.
걱정했었는데 영길이 형이 재미있어하고 표정이 밝아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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