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길이 형의 포기_서른 한 번째 이야기
야마다상이 살고 있는 숙소로 이사를 했다. 야마다 형은 침대에 생활하고 나는 아래 이불을 깔고 생활하기로 했다.
10월 18일 일요일 태풍 때문에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고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가끔 TV를 보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말과는 너무 다르다. 언제쯤 잘 하게 될 수 있을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마라톤과 같이 힘들지만 쉬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가야 하는 것 같다.
일을 하기 전에 지금까지 만난 일본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하자 싶어 전화로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일본에 도착한 첫 날 만난 노무라 료코라는 친구와 저녁에 만났다. 난 일어가 전혀 늘지 않은 것 같은데 료코짱은 엄청 늘었다며 놀라워했다. 가볍게 맥주도 마시고 스티커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일본말이 자유롭지 못해 의사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
타카시짱과는 밤 11시에 가부키쵸 장터라는 한국 슈퍼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오토바이가 아닌 토요타의 아주 고급스러운 승용차를 타고 왔다. 아이나짱이라는 애인과 같이 왔으며 차는 아이나짱의 차라고 했다. 오늘은 차가 있으니 도쿄 시내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뻥 뚤리는 것처럼 시원했다.
차를 타고 레인보우 브릿지며 도쿄타워, 도쿄돔, 록번기 등을 거쳐 다시 신주쿠로 돌아왔다. 비록 차를 타고 도쿄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왔지만 나에겐 더 없이 좋은 관광이었다.
서로 일본말과 한국말을 가르쳐 주고 이상한 발음에 서로 웃고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새벽이 되었고 출출하기에 식사를 하자고 했고 새벽에도 영업을 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와 고항(쌀밥)고르케를 먹었다. 고항 고르케는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왔을 땐 새벽 4시였다.
며칠 후 학교를 마치고 영길이 형 집으로 자전거와 밥솥을 가지러 갔다. 새로 들어간 속소에 냉장고는 있지만 전기밥솥이 없기 때문에 수현이 누나에게 받은 냉장고와 영길이 형 밥솥과 바꾸기로 했었다. 형은 전자상가 포인트가 있어 밥솥을 새로 사기로 했다.
영길이 형과 점심을 같이 먹는데 말도 별로 없고 안색이 좋지 않아 아프냐고 물어보니 몸살감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일 없으면 일을 도와 달라고 했다. 그날 따라 장사도 잘 안되었고 형이 웃지도 않았다.
다음날 나는 특별히 일어 없었기에 형에게 전화를 걸어 아픈 것은 어떤지 힘들면 오늘도 장사를 도와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형은 장사를 그만 두겠다고 했다. 보름 정도 일해보니 유동인구는 많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고 3분의 1이 재료비로 들어가 벌이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가 영길이 형 친구 애인이 일본 여자인데 아주 잘 나가는 야쿠자의 딸인데 그 여자가 가부키쵸에 가지고 있는 점포를 하나 빌려줄 테니 술장사를 하지 않겠냐고 제의가 들어 왔다는 것이었다.
아파 누워 있는데 그런 전화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힘들게 야타이 장사를 하느니 술집을 해보자 하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전화상이었지만 난 반대를 했다. 내가 영길이 형 집에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잠시 그 여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첫 인상이 좋지도 않았고 별 조건 없이 점포를 빌려 주는 것도 조금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길이 형은 또 다시 가부키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꿈에 부풀어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형도 큰 마음 먹고 장사 시작했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려 너무 안타까웠다.
나도 그랬지만 돌봐 줄 사람도 없는 타국 땅에서 자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피가 마르고 누군가 가슴을 조이는 듯한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들이 형이나 나에게 좋은 거름이 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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