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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패기

드디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_서른 두 번째 이야기

드디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_서른 두 번째 이야기

 

 

10월 23일, 며칠 동안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바로 돌아와 TV를 보거나 공부를 하다 보니 조금 지루해 졌다. 밤이 되자 바람이나 쐬러 가부키쵸로 나갔다. 여기 가부키쵸는 밤만 되면 언제나 활력이 넘쳐났다.
환전상 형도 만나고 장사하는 여러 형들도 만났는데 하나 같이 같이 일해 보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었다. 미락정에서 일하기로 되어 있다고 하면 미락정 보다 더 많이 벌게 해준다며 생각해 보라고했다. 하지만 난 이미 미락정에서 일하기로 약속도 했고 덕분에 숙소도 옮겼기 때문에 돈 보다는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때는 없더니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일 할 수 있을 정도 된 것에 대해 나름 열심히 생활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믿음을 줘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노상에게도 찾아가 일본어도 배워가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벽 한 시쯤이었다. 밖에 나온 미락정 마마가 나를 보더니 급히 가게로 들어 오라고 손짓했다.
알고보니 주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말도 없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고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라고 했다. 새벽 한 시가 넘었는데 손님들은 밖에 줄을 설 정도로 많았다. 
대부분 12시를 기점으로 마무리하는 1부 크라브 손님들이 2차를 하러 오기도 하고 접대부들이 손님들과 함께 야끼니쿠를 먹기도 했다.

사진 클릭하시면 음식 및 메뉴 사진을 볼 수 있어요. (태국 사이트 같아요)


탈의실에서 받은 유니폼을 입고 주방으로 갔는데 나에겐 큰 관심도 없고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하기에 바빴다. 난 아무 일이나 도와 주려고 했지만 주방 아주머니(제주도 분)는 방해만 된다며 가만히 다른 사람들 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보면서 일을 배우라고 했다. 모두들 손이 얼마나 빠른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지켜보기만 했고 새벽 2시 정도가 되자 홀에 있는 사람들이 빠지며 새로운 손님이 여러 테이블 오기 시작하니 더욱 바빠졌고 그때서야 나보고 설거지를 시키는 것이었다. 약 두 시간 정도 설거지만 했는데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새벽 4시쯤 일을 끝내고 마마가 일하는 사람 모두를 데리고 소바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비로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미락정 구성원은 회장, 사장, 마마가 형제로 재일교포 출신이며 나머지 종업원들은 모두 한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식당 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기본 음식을 만드는 장소도 별도로 있었으며 각자 일이 나누어져 있어 유기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소바집에서 덴뿌라우동을 먹었는데 이 때 면발은 잊을 수가 없다. 새끼 손가락 굵기의 면이 찰떡처럼 찰 졌으며 국물과 너무 잘 어우러져 그 맛을 천천히 즐기고 싶을 정도였지만 힘들게 일을 마치고 먹는 식사라 어느새 국물까지 다 비우고 말았다.
소바집을 나와 같이 사는 야마다형과 복상(한국 성씨가 박씨였다)이라고 부르는 형 그리고 신상이라고 부른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 그렇게 4명 24시간 영업하는 데니스(Dennys)에서 가서 맥주를 마시며 미락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