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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패기

버스 여행_마흔 다섯 번째 이야기

버스 여행_마흔 다섯 번째 이야기

 

갈수록 학교 수업이 어려워졌다.
수업 시간에 자주 졸긴 했지만 수업 진도에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선생님에게 물어서라도 열심히 하곤 했다. 한자가 잘 외워지지 않았지만 문법 테스트나 중간 테스트에서 평균 이상은 했다.
중간 테스트 이후 수업에 무료함을 느낄 무렵 학교에서 버스 여행을 간다고 했다. 미락정에는 학교에서 여행을 간다고 이야기했고 쉬는 날도 조정했다. 


여행가기 전날 마마는 말도 없이 갈비를 구워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 주면서 즐겁게 다녀 오라고 했다. 마마는 몇 십 년을 일해오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도시락을 싸 주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노상을 만났는데 여행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귤을 한아름 주었다.

잠도 자지 않고 아침 일찍 학교로 갔다. 처음으로 간 곳을 ‘우미호타루’라고 불리는 곳에 갔는데 도쿄와 치바를 잇는 바다에 길이 있는데 절반은 바다 위에 길이 있고 절반은 바다 밑으로 길이 있다고 하며 중간에 아주 큰 휴게소인데 밤에 보면 바다 한 가운데 빛나는 불빛이 마치 반딧불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난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바쁜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이 시원했다. 
다음으로 딸기원이라는 곳에 가서 마음껏 딸기를 따 먹기도 했는데 잘 익고 맛 있는 딸기를 먹기위해 이 비닐하우스 저 비닐하우스를 뒤지고 다니느라 아주 바빴다.
그리고 일본 민속 마을에 가서 일본인들의 옛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을 땐 같은 반 친구들에게 미락정의 갈비 맛을 보여주느라 난 정작 한 점도 먹지 못 했다. 마마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너무 맛 있어하는 친구들을 보니 먹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리타산의 절에 갔는데 깔끔하고 웅대했지만 너무 인공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소박한 우리 나라 절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교외로 여행을 하니 기분이 한층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