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칭코와 슬롯_마흔 일곱 번째 이야기
야마다형이랑 같이 살지만 일하거나 집 말고는 같이 다녀본 적이 없었다.
주말이 되어 오랜만에 하라주쿠나 가 볼까 싶어 야마다형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좋다고 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하라주쿠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두 정거장으로 쉽게 갈 수 있었다.
빈티지 가게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1,150엔에 사기도 하고 아이쇼핑도 하며 하라주쿠를 한 바퀴 돌아보고 왔다. 집에 거의 다가왔을 때 형이 잠시 들릴 곳이 있다고 먼저 들어가라고 했고 나는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뒤 형이 오더니 돈 벌었다며 김치 찌개를 사먹으러 가자고 했다. 난 무슨 영문인지 몰랐으나 밥을 먹으며 들어보니 슬롯을 해서 돈을 땄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파칭코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파칭코야(가게)는 파칭코와 슬롯으로 나누어 진다.
파칭코는 작은 쇠 구슬을 바람으로 날려 보내 찬스 구멍에 들어가게 만들고 그 찬스가 성공하면 FEVER 라고 해서 구슬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 것이 연속으로 이어져 구슬이 많아지고 그 것을 게임을 끝내고 돈으로 바꾸는 것인데 대 부분 돈을 잃어 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대박이 터지면 몇 십만엔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직접 해 봐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다.
한참 뒤 한국에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성인 오락실이 유행했을 때 나도 한참 빠져 살기도 했는데 성인오락실이 사라진 뒤 친구와 일본 여행 갈 때마다 파칭코를 하며 돈을 잃기도 했다. 아주 가끔 딴 적도 있다. FEVER가 연속으로 터졌을 때 그 흥분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짜릿함, 그리고 가슴이 터 질것 같은 흥분과 기쁨이 있다.
슬롯은 여러 개의 원통에 여러 가지 그림이 있으며 돌아가는 것을 버튼을 눌러 멈추게 하며 동일한 그림이 연결되게 만드는 것이다. 야마다형 말에 의하면 그림 하나가 지나가는데 0.08초라고 하는데 그렇게 빠른 그림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자주 하다 보면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래서 원하는 그림 하나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감으로 버턴을 눌러 멈추게 한다고 했다.
슬롯에 1천엔을 넣으면 50개 코인이 나오는데 형의 경우 3천엔 안에 승부를 건다고 했다. 어느 정도 되겠다 싶으면 조금 더 투자하고 전혀 느낌이 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그만 둔 다고 했다.
일본에는 번화가는 물론이고 작은 시골 동네까지 빠칭코 가게가 없는 곳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인본인들이 빠칭코로 돈을 날리는데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궁금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빠칭코가 유행한다면 분명 사회적 이슈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복상형도 쉬는 날이면 빠칭코를 해서 돈을 따려고 하지만 항상 잃는다고 했다. 가끔 마마가 일을 마치고 우동이나 소바를 사 주는 날이 있었는데 형들 말에 의하면 그 날은 마마가 빠칭코를 해서 돈을 딴 날이라고 했다.
일본어학교의 같은 반 누나도 빠칭코에 빠져 매일 조금씩 했는데 만약 하지 않는 날에는 빠칭코의 시끄러운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눈 앞에서는 쇠 구슬이 날아 다니는 금단 현상이 생긴다고 했다.
나도 가끔 새로운 기계가 나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당장이라도 일본에 가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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