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집 방문_쉰 두번째 이야기
스즈노가 쉬는 날 맞춰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초대했다. 난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 가정에 초대되어 가 본적이 한 번도 없어 가보고 싶었다.
지난 학기에 모리 선셍님이 우리 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아르바이트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이 번에는 꼭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초대에 응했다.
사실 일본인들은 친한 사이라도 집에 초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고 있었고 집에 초대받는 다는 것은 친구 관계가 상당히 깊어 졌거나 엄청난 호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쉬는 날, 스즈노의 업무가 끝나자마자 스즈노 집으로 향했다. 그냥 친구 집에 놀러가는 것인데 조금 긴장되기고 설레기도 했다.
스즈노가 살고 있는 동네는 ‘사쿠라’라는 마을이고 나리타 공항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스즈노의 아바저는 일본 전통과자 센베이를 만들어 파는 가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센베이 가게 2층이 스즈노가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는 가정집으로 되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스즈노 아버지는 한국음식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면서 콩고물처럼 센베이에 고추가루를 듬뿍 묻힌 센베이를 먹어보라고 주셨다. 한 입 베어물자 약간의 매운맛과 센베이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엄청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그렇게 맛있는 센베이를 먹어 본 적이 없어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
2층으로 올라가니 스즈노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스즈노 아버지도 그랬지만 어머니도 무척 온화하셨고 웃음이 많으신 분 같았다.
시간이 조금 늦어 바로 저녁을 준비해 주셨다.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일본 음식과 마구로 그리고 나베(냄비)요리를 대접해 주셨는데 너무 맛있어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스즈노 어머니는 아주 재미있으신 분 같았다. 나를 보자마자 스즈노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어머님도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진짜 좋은 친구라며 그래서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김치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치를 보여 주셨는데 한국 전통 김치보다는 덜 매워 보였다.
식사를 다 하고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스즈노 어머니께서 자고 가야 한다면서 화 아닌 화를 내셨다. 난 자고 가는 것은 실례가 된다고 말씀드렸으나 일본에서는 밥만 먹고 가는 것이 더 실례라면서 끝까지 자고 내일 가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자기로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12시가 되었고 비어있던 스즈노 오빠 방에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가기 전 욕실에 가니 말로만 듣던 욕조에 항상 같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물이 채워져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퇴근 후 온수욕을 즐기며 온 가족이 같은 물을 공유한다고 한다. 그걸 모르는 외국인들의 경우 욕실을 사용한 후 물을 다 빼 버리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간단히 샤워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피곤했던지 금방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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