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밥과 술 문화_마흔 여덟 번째 이야기
학교에 모리 선생님이라고 계신데 연세가 많은 할머니 선생님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수업이 있었고 학생들에게 많을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열정적이었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일본 음식을 많이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선생님이 일본 가정식 요리인 정식을 사 주겠다고 했고 쉬는 날로 약속까지 정했다. 그렇게 쉬는 날 수업을 마치고 모리 선생님과 학교 가까운 식당에 갔다.
식사를 하는데 모리 선생님이 다른 한국인들과 식사하는 모습이 달리 일본식대로 식사를 한다고 놀라워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실 미락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마에게 일본 식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미락정에 있을 때는 항상 일본어를 사용하고 일본식대로 행동해야 했다.
마마야 한국인의 피가 흘렀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50년을 넘게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각과 사고방식은 일본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마와 식사를 같이 할 때였다. 밥그릇을 밥상에 놓고만 먹고 있었는데 마마는 그것이 이상했던지 밥그릇을 들고 먹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밥상에 놓고 얼굴을 숙여 밥을 먹게 되면 어른들에게 야단을 맞는다고 했다. 동물들이나 그렇게 하는 것이란다.
또, 많은 양의 음식이 담겨져 있을 때 작은 조각이나 본인이 먹고자 하는 음식을 찾는다며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음식을 찔러 먹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일본 문화가 자연스러워 진 것이었다.
술 문화도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젊은 선생님들과 몇몇 친구들끼리 신주쿠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각자 집에 갔다고 오후 6시 알타 스튜디오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광이는 항상 그랬는데 이 날도 조금 늦게 왔다.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다 모이자 당시 유행하던 ‘시로키야’라는 현대식 이자카야로 갔다.
각자 마시고 싶은 술과 안주를 한 가지씩 골랐다. 우리는 보통 한 가지 아니면 많아야 두 가지 정도 안주를 시키지만 일본 술집은 양이 적고 종류가 많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따로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잔을 채우고 간빠이를 외치며 즐거운 술자리는 시작되었다.
일본 사람들과 자주 술을 마신 적은 없지만 이처럼 일본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술 문화가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모금씩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다 비우지도 않은 잔에 일본 사람들은 계속 술을 따른다. 특히 여자일 경우 남자에게 따라 주는 것이 당연시 한다.
우리는 잔을 비워야 따라 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잔이 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간 상대방에게 잔을 따라 주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두 손으로 따르지도 받지도 않고 잔을 돌리지도 않는다. 술 자리 시작 때 첫 잔은 끝날 때까지 자기 잔인 것이다.
서로의 문화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가며 외국인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방의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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