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먹고 싶었던 일본 음식들_마흔 아홉 번째 이야기
영길이 형은 요즘 우리나라 소주회사 진로에서 경영하는 한국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는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생활이 안정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도 이제 앞으로 남은 학기의 학비도 벌어 놓았고 일본 생활에 어려움이 없었다. 학비나 생활비를 제하고도 금전적 여유가 많이 생겼다. 사실 돈을 쓸 시간도 없었다.
여태껏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참으며 생활했는데 앞으로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점심은 집에서 냉메밀소바(자루소바)를 만들어 먹었다. 아주 간단했는데 츠유(간장소스)에 물을 조금타고 와사비를 풀어 소스를 만들기만 하면 끝이었다.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쉽고 간단히 와사비의 톡 쏘는 맛까지 눈물을 찔끔 흘리며 코까지 틀어 막아가면서 맛있게 먹었다. 와사비를 잘 먹는 나를 보고 일본 친구들은 신기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삿뽀로 식품회사에서 나오는 쇼유(간장)라면, 시오(소금)라면, 미소(된장)라면을 번갈아 가며 먹었는데 한국에서 맛 볼 수 없는 색다른 맛에 즐겨 먹었다.
가끔 미락정에서 반찬으로 우메보시나 낫또를 주었는데 이 두 가지는 거의 먹지 못했다. 우메보시는 짜고 쓴 맛에 먹기 힘들었고 낫또는 청국장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냄새가 문제되지 않았지만 입안에 미끌거리는 느낌 때문에 먹지 않았다.
그래도 미락정에서 일 하면서 많은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평소 학교를 오가며 먹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었다.
일본식 붕어빵(타이야끼), 나가시키 짬뽕, 돈코츠 라면이었다.
사실 내가 버는 돈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음식들이었지만 한 번 돈 쓰는 버릇이 들면 자꾸 쓰게 될까봐 참고 또 참았다.
신주쿠에서 요츠야쪽으로 가다보면 타이야끼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일본 붕어빵은 어떤 맛인지 항상 먹고 싶었고 8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120엔짜리 붕어빵을 사 먹게 되었다.
얼핏 보기엔 우리 나라 붕어빵과 비슷하였지만 속 재료를 보면 팥앙금, 초코크림, 슈크림, 사과잼, 소시지 등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고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돈코츠(돼지뼈) 라면집의 경우는 처음에 그 가게를 지나갈 때 돼지 냄새로 약간 역겨웠으나 자꾸 지나다니다 보니 먹어 보고 싶었다. 동광이와 같이 먹으러 가기로 했고 동광이가 월급 받았다고 동광이가 사기로 했다. 그래서 난 며칠 뒤 나가사키 짬뽕을 사기로 했다.
돈코츠 라면은 500엔 했는데 100엔을 더 주면 면을 추가로 먹을 수가 있었고 우리는 당연히 추가로 먹었으며 국물까지 다 먹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지나다닐 때의 돼지 냄새와는 달리 우리나라 사골 곰탕같은 맛이 내 입 맛에 딱 이었다. 그 이후로 여러 번이나 갔으며 도쿄 여행 가면 항상 들리는 나만의 맛 집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동광이와 나가사키 짬뽕을 먹으러 갔다. 야채를 볶아 국물을 만드는데 꼭 우리나라 짬뽕과 유사하지만 전혀 맵지 않았다. 매운 맛이 없다 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은 있었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한국사람에겐 뭐니뭐니해도 한국 음식이 최고인 것 같다. 미락정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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