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젊은 날의 패기

집도 옮기고 자전거도 생기고_열일곱 번째 이야기

 

경철이 형 집에서 한 달만 살기로 했다.

그 한 달이 다 되어 갈 무렵 경철이 형 붕어빵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들렀는데 마침 그 때 경철이형 친구이며 경철이형 보다 먼저 붕어빵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영길이라는 사람이 놀러 와 있었다. 나이는 한 살 위였고 큰 키에 인물이 무척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영길이 형이 두 달 뒤에 약혼녀가 오기로 되어 있어 새 집을 구했는데 남은 두 달 동안 혼자 살려니 집 값이 너무 많이 들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 저 지금 방 구하고 있는데요, 혹시 잠시라도 같이 지낼 수 있어요?”

 그래. 잘 됐다. 그럼 두 달만 같이 살자.”

그렇게 두 달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올 때 보다 짐이 많이 늘었다. 취사 도구 뿐만 아니라 야타이 장사에 사용되는 부수적인 물건들도 많아 한꺼번에 옮기려니 무척 힘들었다. 이 더운 여름에 땀을 얼마나 흘렸던지.

이사한 곳은 이케부쿠로에서 세이부 이케부쿠로선으로 한 정거장인 시이나마치라는 동네였다.

다다미방 2개에 부엌과 욕실 정도 있는 일본 전형적인 가정집이었다.

처음 그곳이 어디인지 잘 몰랐는데 영길이 형 말로는 자전거로 신주쿠까지 보통 속도로 20분 거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길이 형이 마침 새로운 자전거를 산다며 본인이 타던 자전거를 필요하면 타라고 했다.

이전에도 저렴한 자전거를 사기 위해 알아봤지만 새 자전거는 비쌌으며 중고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자전거가 많은 나라인데 버려진 자전거 하나 타면 되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랬다가는 경찰에 잡힐 뿐 아니라 추방을 당할 수도 있다. 자전거가 많은 만큼 시스템도 잘 이루어져 있는데 차나 오토바이처럼 등록번호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자전거를 준다고 하면 반드시 등록이 되어 있는지 물어봐야 하며 자전거 판매 업소나 경찰서에 등록 변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영길이 형에게 등록 여부를 물어보니 방범 번호가 없다는 것이었다. 도둑으로 몰릴까 싶어 안 타겠다고 하니 방범 등록은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혹시나 경찰에게 검문을 받으면 살 때 돈이 모자라 바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하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앞에 바구니가 달린 일본에서 가장 흔한 자전거

한참 뒤 일이었지만 신주쿠에서 검문을 받은 적이 한 번 있는데 영길이 형이 알려준 대로 이야기했고 경찰은 자전거 안장 아래쪽 어딘가를 살피더니 무전을 했다. 난 순간 놀랐지만 잠시 후 가도 좋다고 했다. 자전거 고유 번호가 있고 방범 번호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런 내 못난이 자전거가 고장 한 번 나지 않고 일 년 동안 알 태우고 다녔고 그런 자전거 덕분에 많은 돈도 절약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올 때 학교 친구에게 내 자전거를 주며 도둑으로 오해받지 않게 단단히 일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