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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패기

멈출 수는 없어_열아홉 번째 이야기

 

학교가 시작 된지도  달이 되었다.

동수형이 삼일  학교로 나오지 않았다. 오자와센세이(선생) 말에 의하면 아프다고 학교로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나와 처지도 비슷하고 경상도 사람이라 가장 친하게 지냈는데 형이 오지 않으니 썰렁하고 재미도 없었다.

정말 친한 형처럼  힘이 되었던 그런 형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 나도 몸에 힘이 없고 피곤하다. 아마  먹지도 않고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  같았다.

다음 날이었다. 유난히 아침부터 엄청 습하더니 학교 가는 길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교실에 도착해서 혹시 동수형이 왔나 보니 여전히 없었다. 그러다 수업이  시작될 무렵 초라한 모습으로 비를 맞고 동수형이 들어왔다.

수업이 끝나고 형이 마지막이라며 같이 밥을 먹자고 했고 신주쿠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형보다 나이도 어린 마마(마담) 수시로 구박을 했으며  일도 아닌데 형에게만 욕까지 했는데 참다 참다 폭발해서 그만 싸우고 그만두었다고 한다.

얼마 생활하지 않았지만 일본 생활에 지쳐버렸고 가족과 여자 친구도 보고싶어 미련 없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얼마나 생각이 많았을까? 나도 가끔 생각 하던 부분이라 어떤 말로도 형에게 도움을   없었다. 그렇게 형이랑 헤어졌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오전에 내린 비에 습도는 더욱 올라가 조금만 걸어가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는 짜증을  내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정말 짜증났다.

땀을  흘리듯 흘리며 장사 준비를 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단순한 일이다 보니 금방 익숙해 졌고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단축되었다.

길을 오가는 야타이 장사하는 형들이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어 힘이 솟았다.

정말 열심히 외쳤다.

 “이랏샤이마세!”

 “이랏샤이마세!”

 오이시이 타마고야키 이카가데쇼우까?”

(맛있는 계란구이 어떠세요?)

바로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이노상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가끔 한가해 지면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당시 말이  통하지 않아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는데 가끔식 이렇게 말해라 저렇게 말해라 하면서 나에게 선생님이 되어 주기도 했다.

장사 시작 시간도 비슷하고 같은 시간에 일을 마무리 하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한국말로 형님이라 불렀다.

가끔 과일도 챙겨 주기도 했는데 덕분에 유학생들이 큰맘 먹어도 사먹기 힘든 맛있는 과일을 자주 먹을 수 있었다.

잠시 이노상 이야기를 하자면 이노상은 태국 여자와 결혼을 했고 아내는 태국에서 아들과 살고 있다고 했다. 2~3년 돈을 벌어 태국으로 이민 갈 계획으로 바닷가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그저 반바지에 면티 한 장으로 평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참 뒤에 이노상에게 들었던 말이지만 이노상이 나를 봤을 때 목이 터져라 열심히 일하고 지칠만도 한데 주변을 깨끗히 청소하는 것을 보고 요즘 보기 드물게 열심히 사는 착한 젊은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나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었던 것 같다. 그런 이노상과 쉬는 날이면 한달에 한 번정도 같이 밥도 먹기도 했다.

지금 태국 어딘가 살고 있을 이노상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