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되었다. 비록사업자등록이나법적인절차를거치진않았지만그래도사장이다.
같은 반 수현이 누나는 내가 장사를 시작하는 것을 알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작은 냉장고를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했다. 누나는 마침 큰 냉장고로 바꾸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길이 형도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집에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가지러 간다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누나 집에 갔다. 가서 보니 중형 냉장고였다. 어떻게 옮길지 난감했는데 누나는 택시로 충분히 옮길 수 있다고 했고 난 가능할 지 의문이었지만 일단 택시를 세워 물어보기로 했다. 택시를 세우고 기사분께 트렁크에 냉장고를 실어 달라고 요청했다. 늙은 기사분은 싫은 내색 없이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싣는 것을 도와주었다. 다행히 트렁크가 생각보다 커서 그런지 트렁크에 들어갔지만 닫히지는 않았다. 그렇게 냉장고를 옮기고 장사 준비를 하러 자전거를 타고 가부키쵸로 향했다.
종로 떡집에 가서 오늘부터 장사 시작한다고 이야기하고 옆 주차장에 거치되어있던 야타이를 가지고 맡아 두었던 자리로 끌고 갔다. 이동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름이고 한 낮이라 무척 더웠고 땀을 많이 흘렸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마냥 즐겁고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야타이를 일단 놔두고 자전거로 돈키호테에서 식빵, 양배추, 계란등 여러 장사할 재료를 사왔다.
5시경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 첫 날이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시간이 꽤 걸렸다. 거의 준비가 끝나갈 무렵 양배추를 써는 채칼에 손까지 비었는데 살점이 많이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베인 손의 말초혈관에서는 심장이 뛸 때마다 피가 불끈불끈 새어 나왔다. 지혈만 한참을 했다. 땀도 많이 나는데 피까지 많이 흘려 속도 메스꺼웠으며 현기증까지 느껴졌다. 손가락을 움켜지고 있는 내가 얼마나 처량하고 서글프던지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한참이 지난 뒤 조금 괜찮아지자 다시 힘을 내자 마음먹었다. 날이 어두워 지니 예상하지도 못 한 복병이 나타났다. 비록 주변은 밝았지만 그걸로 부족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야타이는 다들 발전기를 사용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급한대로 돈키호테에서 가스등을 사서 매달아야 했다. 다소 부족했지만 장사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JW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개업이라고 말하자 조금 있다 들리겠다고 했고 잠시 후 와서 JW가 일하는 사무실의 큰 형님 명함이라며 건네주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바로 이 명함을 보여 줘!”라고 했다.
그리고 JW는 많이 팔길 바란다며 자리를 떴다.
저녁밥으로 시범 삼아 토스트를 하나 만들어 맛을 보았다. 내가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맛있었고 잘 팔릴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일본어학교 같은 반 형들도 와서 팔아 주기도 하고 주변 야타이 장사하는 형들도 와서 팔아주며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
처음에 300엔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가부키쵸 특성상 대부분 술 손님이기 때문에 돈을 잘 쓴다며 비싸게 파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누가 싸게 달라고 하면 싸게 주지 말고 다른 서비스로 대체하라고 했다. 그런 것이 장사란다. 그래서 500엔으로 팔기로 했다.
첫날이고 지인들이 팔아주기도 하고 새로 생긴 토스트 가게라 그런지 가부키쵸에서 일하는 한국 아가씨들이 사먹기도 했다. 장사를 거의 마무리 할 때 계산해 보니 2만엔이 넘는 것이었다.
한국 돈으로 따졌을 때 20만원이 넘고 한 달에 25일만 일해도 5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부자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새벽 3시정도에 일을 마무리하고 종로떡집 옆 주차장에 야타이를 세워두기 옮기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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