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_서른 세 번째 이야기
아침 6시나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였다.
영길이 형이 야타이를 종로떡집에 다시 되팔고 생긴 돈으로 잔금을 주겠다고 해서 형 집에 들렀다. 집에 들어서니 개그맨 김의환 형이 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 아이카상을 만나기로 했다고 하니 의환이 형이 같이 가자고 했다.
의환이 형은 일어를 빨리 배워야 한다며 가능한 일본인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했다. 영길이 형도 술집을 꾸미느라 정신이 없다며 일본인 친구를 만나면 형 가게로 오라고 했다. 아직 다 꾸민 것은 아니지만 가라오케 시설도 있으니 재미있을 것이라 했다.
의환이 형이랑 신주쿠 ALTA Studio 앞으로 나갔고 약속시간이 되어 아이카상을 만났는데 친구 2명과 같이 나왔다. 한 명은 레나라고 했고 또 한 명은 사야카라고 했다. 나도 의환이 형을 소개하는데 한국의 유명한 개그맨이라고 소개했더니 모두들 신기해하며 놀라워했다.
모두들 한국 음식을 먹으로 가자고 해서 더운 여름 가부키쵸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닐 때 자주 물을 얻어 마신 ‘여래가’라는 학국식당으로 갔다. 그 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의환이 형은 역시 개그맨이었다. 밥을 먹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고 의사소통도 잘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했다. 어떻게 서로 말도 못 알아 듣는데 상대방이 웃는지 나로서는 신기할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예정대로 영길이형 가게로 가서 가볍게 맥주도 마시며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그맨인 의환이 형이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느 듯 시간은 아르바이트 시작 시간인 5시를 향하고 있었고 아쉬움과 친구들을 뒤로 한 채 난 그만 일어나야 했다.
미락정에 정식으로 출근하는 첫 날이었다. 출근 카드를 찍고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후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하루 일과에 대해 주방 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도중에 손님들이 한 팀씩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밤 11시까지 가게 내부는 꽉 찼으며 밖에는 대기하는 손님으로 줄이 이어졌다.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설거지를 하는데 11시 넘어가지 싱크대에서 손을 뺄 수 없었던 것 같다. 계속 서 있으니 다리가 붓고 무릎이며 허리가 무척 아팠다.
이런 일을 앞으로 한국 돌아갈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했다.
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일을 빨리 배우기 위해 식당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메뉴, 일하는 방법 등을 메모해 나갔다.
자정을 넘자 또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고 열 시간이 넘게 설거지만 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보니 손은 퉁퉁 불어 있었고 손톱 밑도 불어터져 갈라져 아프기도 했다.
이렇게 11시간을 일하고 나니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 학업은 어떻게 이어 갈지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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