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가부키쵸 야끼니쿠 맛집 미락정 (味樂亭, Mirakutei)_서른 네 번째 이야기
보통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새벽 4시가 조금 넘는다. 11시간 정도를 서 있다 보면 정말 지쳐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욕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손, 발, 세수, 양치만 하고 잠자리에 든다. 얼마나 피곤한지 꿈을 꿔 본적이 없다. 눈을 감으면 바로 자고 알람이 울리면 겨우 일어나곤 했다.
미락정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잠을 줄이지 않고서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아 잠을 적게 자기로 마음먹고 아침 8시면 일어나는 버릇을 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에 올 때까지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동안은 눈을 뜨고 앉아 다시 졸곤 했는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내 알람 시계는 일본을 떠나기 전까지 항상 아침 8시에 맞춰져 있었다.
야마다형과 같이 살지만 형도 피곤한지 알람 소리를 듣지 못 할 정도로 골아 떨어지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은 곧 사라졌다. 8시 20분 정도 정신을 차려 씻고 학교에 가면 9시가 조금 넘는데 그 때부터 자습실로 가 숙제도 하고 한자도 외우고 예습 복습을 했다. 그래 봤자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은 고작 3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4시 45분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바로 미락정으로 향했다.
도착 하자마자 비빔밥을 챙겨 먹고 출근 카드를 찍고 일이 시작되었다.
미락정은 소의 갈비살, 소 내장(혀, 위, 목 부위 연골 등), 돼지 애기집 등을 고추장 특제 소스로 양념을 한 후 참나무 숯에 구워먹는 고기집인데 지금 시점에서 80념이 넘었고 가부키쵸에서만 60년이 넘었다. 오래된 맛 집으로 사람들은 미락정 고기를 즐기기 위해 매일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일을 하면서 질릴 정도로 미락정 고기를 먹었지만 난 전혀 질리지도 않았고 지금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돈다.
테이블은 아홉 개이며 종업원은 홀 서빙이 세명, 고기 전문 주방장 한 명, 찌개, 국, 밥, 설거지를 담당하는 아주머니 한 명 그리고 아라이(설거지)를 담당하는 한 명(나) 이렇게 여섯 명이 장사를 하는데 이렇게 바쁜 것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주방은 오전부터 저녁 7시까지 사장님이 맡았고 그 이후는 일본인인 주방장 사메지마상이 담당했다. 왠 일본인 하겠지만 마마와 오래된 친구로 가고시마 태생이며 과거 소방관이었다고 했다. 일하는 동안 같이 주방에 있으며 나에게는 또 한 명의 일본어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주방 아주머니는 니시하라상이라고 불렀고 제주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했다. 잔소리도 많이 하고 수시로 구박을 주며 나의 인격을 테스트 하기도 했지만 마음도 여리고 정이 많은 분이였다. 홀에는 야마다 형과 복상 그리고 아르바이트 하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복상은 과거 태평양 돌핀스에서 투수를 했던 전직 프로야구 선수였다. 야마다형과 복상형은 모두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미락정에서는 일본 이름을 사용했고 모두들 에-짱이라고 불렀다. 내 이름을 일본말로 하면 에이이치 였는데 마마가 처음부터 그렇게 불렀고 모두들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나는 풀타임 아르바이트로 처음에 아라이(설거지)만 했는데 갈수록 일이 익숙해지자 비빔밥도 만들고 반찬도 내어주기도 하고 가끔 홀에 나가 주문을 받기도 했다.
난 항상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나마 위로가 되었든 것이 여기 미락정에서는 일어만 사용하는 것이 규칙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일어만 사용해야만 했다. 내가 잘 알아 듣지 못하고 한국말은 하면 마마는 난리가 났다. 일본말을 배우로 왔으니 일어만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몇 달 지나서 같은 반 다른 학생들 보다 회화를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이 말은 어느 정도 했으나 글을 잘 모르는 까막눈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일본에 있는 동안 JLPT 2급을 땄지만 한국에 와서도 꾸준히 노력해서 JLPT 1급에 합격했다,)
미락정에서 일을 시작한 초기엔 말도 잘 못하고 잘 알아 듣지도 못하고 일도 서툴렀지만 모두들 너무 잘 해주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열심히 생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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