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 적응과 일본 목욕 문화_서른 다섯 번째 이야기
11월 3일 일본에서는 문화의 날이라고 쉬는 날이다.
미락정은 빨간 날 엄청 바쁘다. 아! 일본에서 빨간 날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우리는 흔히 공휴일등 쉬는 날을 빨간 날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빨간 날은 여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그 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미락정 시작 시간 오전 11시부터 마치는 시간 자정까지 홀이 차고 밖에 줄을 서기 시작하면 그 줄이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처음엔 뭐 이런 식당이 다 있나 싶을 정도였고 그런 손님들이 밉기도 했다.
모두들 바쁘게 일하지만 바쁘게 일하는 기계도 있었다. 바로 생맥주 기계였는데 버튼만 누르면 컵을 기울여 맥주를 따르고 나중에는 거품도 적당히 나온다.
정신 없이 일을 끝내고 새벽 1시쯤 집으로 돌아왔는데 야마다 형이 밀려있는 빨래감을 보고 빨래를 하러 가자고 했다.
여기 숙소는 세탁기가 없기 때문에 2주에 한 번 빨래를 했는데 수건도 많이 필요했고 양말도 20개 정도 있어야 했다.
크다란 가방에 각자의 빨래를 가지고 근처 동전 빨래방으로 갔다. 이 곳은 24시간 이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그런지 집 없는 사람들이 한 쪽 구석에서 자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빨래감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9개월간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빨래를 하는데 300엔이며 약 35분 걸렸다. 여기서 200엔이면 건조까지 가능했는데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 비하면 비싼 건 아니었다. 사실 여기서 빨래를 하면 때가 빠진다기 보다 냄새 없애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이와 비슷하게 동전 샤워실도 있었다. 200엔에 5분간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숙소에 욕실이 없어 매일 샤워를 할 수 없었다. 일 주일에 두, 세 번 집 근처 센토를 다녔다. 일본에서도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인 대중 목욕탕 사우나도 있었고 저렴한 센토(동네 목욕탕)도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느낌이 다르다.
새로 숙소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마다 형이 사우나를 가자고 해서 가 봤는데 우리 나라 사우나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단 크게 놀란 일이 있었는데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탕으로 향하는 길에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은 여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놀랐지만 난 태연히 지나쳤다. 목욕을 하면서 내내 지쳐봤는데 바로 세신사(일명 때밀이)였다. 더욱 신기한 건 여자가 세신을 하는데 나체의 남자들은 아무 반응 없이 누워있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센토를 다녔다. 내가 다닌 센토는 꼭 내가 학교도 가기 전 다녔던 목욕탕 같은 느낌이었다.
센토는 오후 3시경 오픈을 해서 밤 12시까지 했다 일본인들은 센토에서는 따뜻한 물에 몸을 잠시 담그고 샤워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때를 미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여기서도 주인 아주머니가 탈의실과 목탕을 정리하고 했고 여탕에는 주인 할아버지가 들락날락 거린다고 이야기 들었다.
학교 누나도 여러 번 경험을 했다는데 센토에서 목욕을 하고 있으면 주인 할아버지가 수시로 들어온다고 했다. 아무리 할아버지이지만 자기의 나체를 남자에게 보여진다는 것이 너무 싫다고 했다.
잠시 일본인들의 목욕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인들은 모든 일과를 끝내고 목욕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집에는 욕조가 있는데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모든 가족이 같이 사용한다고 했다. 한 명이 따뜻한 물에서 피로를 풀고 나면 물을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욕조가 크다면 아빠와 다 큰 성인 여자도 같이 욕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들었을 때 가히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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