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젊은 날의 패기

도쿄 시티 투어와 하코네 온천 여행_마흔 한 번째 이야기

도쿄 시티 투어와 하코네 온천 여행_마흔 한 번째 이야기

 

 

일년에 한 번 있는 연휴에 들어갔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마지막 일을 마무리하고 가게 사람들이랑 일본 전통 이자카야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이나마치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오기 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미리 알아 놓은 관광 코스로 하루 구경하기로 했다. 난 잠이 많이 왔지만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잘 수가 없었다. 가족들과 같이 지낸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고 가족들과 야마노테선을 타고 신바시로 갔다. 신바시에서 다시 ‘유리카모메’라는 자기 부상 열차를 타고 해빈공원으로 갔다.
그 곳은 바닷가이며 거대한 레인보우 브릿지와 함께 도쿄를 바라 볼 수 있는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다. 레인보우 브릿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세가(SEGA)에서 만든 놀이동산에서 놀기도 했다. 그리고 수상 버스를 타고 아사쿠사로 향했다. 1시간 가량 지나 아사쿠사에 도착했다.
아사쿠사에는 센소지라는 큰 절이 있으며 그 앞쪽으로는 일본 전통과자를 파는 센베이 가게나 액세서리, 옷 등 일본 전통을 만끽할 수 있는 물건들을 파는 여러 선물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도쿄에서 유일하게 일본 옛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연말이고 정월(쇼-가쯔)을 앞두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점심 때가 되어 소바를 먹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도 동생도 한국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소바 맛이라고 좋아했다.
다시 전철로 우에노의 아메요코라는 시장에 갔다. 우리 나라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데 뭘 사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곳이다. 어머니는 시장이라 그런지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긴자도 가 보았다. 긴자는 서울 명동과 비슷한 느낌인데 백화점들도 많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게들도 많다. 작은 도시에서만 생활했던 동생 혜승이는 도쿄의 중심가인 긴자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전날 일하고 하루 종일 도쿄 시내를 돌아 다녔더니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도 모르게 졸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다시피 잠자리에 들었다.

새해가 밝았다.
누나와 바로 아래 동생은 없지만 연말과 새해를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오늘은 하코네에 가기로 했다. 하코네는 일본 간토지방 가나가와 현에 있는 국제적인 관광·휴양 도시. 하코네 산지 중앙부에 있으며 서쪽에는 아시노 호수가 있다. 헤이안 시대부터 발달해 온 도시로 후지산 동쪽 기슭에 있다.
하코네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우리는 기차로 이동하기로 했고 1시간 30분 가량 가야하기에 아침 일찍 서둘렀다. 
신주쿠에서 오다큐선의 로망스카라는 기차를 타고 갔는데 가는 도중 저 멀리 후지산도 보였다.
하코네에 도착해서 정상으로 갈 수 있는 등산전차인 로프웨이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으로 갔다.
산 정상으로 갈수록 유황냄새가 진동했고 여기저기 바위 틈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과 흘러 내리는 온천수에 계란을 익혀 팔기도 했다. 한쪽에는 호수가 보이고 더 멀리는 후지산이 멋있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화산 활동을 잠시나마 느껴보고 온천을 하기 위해 서둘러 내려 왔다.

여기저기 자기네 온천을 하러 오라고 호객행위도 엄청났다. 우리는 그 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아버지와 나는 남자 전용 온천으로 어머니와 동생 혜승이는 여자 전용 온천으로 따로 들어갔고 정해진 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실내 온천과 실외 온천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실내야 동네 목욕탕과 별 다른 건 없었지만 실외 온천은 정말 TV에서만 보던 그런 잘 꾸며져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제일 안쪽 나무아래 자리를 잡았다.
물은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고 오래 온천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것 같았다. 
아버지도 온천이 좋으신지 한참을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금방 해가 졌고 어두워 졌다.
밤하늘 아래 온천탕 안에서 달과 그 옆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으니 시간은 과거로 흘러 유유히 온천을 즐기는 선비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도 그 때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는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료칸에서 숙박하고 싶었지만 다음날 혜승이를 위해 도쿄 디즈니랜드에 가기로 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도쿄로 돌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