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쓰미(쉬는 날)_서른 아홉 번째 이야기
11월 말이다. 이제 겨울이 오나보다.
기온은 크게 내려가지 않았지만 바람이 많이 졌고 뭔지 모르지만 쓸쓸한 느낌도 들곤 했다.
일을 하고 나서부터 생활이 단조로워 졌고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한 동안 24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고 하루가 30시간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잠도 3시간 더 자고 공부도 3시간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 넘게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온 몸에 힘이 없고 정신도 멍한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 쉬는데 스트레스도 풀 겸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저녁에는 아이카를 늦은 밤에는 동광이와 타카시를 만나기로 했다.
아이카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니 지난 번에도 같이 만났던 레나도 같이 나왔다.
레나는 성격이 아주 밝고 개성이 강한 친구였다. 자기가 만든 본인만의 신문이라며 보면서 일본어 공부하라고 주는데 외국 문화와 일본 문화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기사처럼 작성한 글도 있었으며 신문 디자인도 본인이 직접 구성해 제작하는데 그렇게 몇 십 부를 만들어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일본 전통 악기인 샤미센을 메고 다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주곤 했다.
아이카랑 레나와 같이 식사를 하고 헤어진 후 시간이 조금 남아 영길이 형 이자카야에 가서 시간을 때우려고 갔는데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예감이 좋지 않아 영길이 형에게 연락을 했고 이유를 들어보니 야쿠자들이 가게를 봐주는 대신 많은 돈을 요구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술을 공급하던 사람이 가게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버리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가게는 정리하기로 했고 앞으로 마음 편하게 아르바이트나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형에게 도움이 되지 미안하다며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란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신주쿠 시내를 돌아 다니다 동광이를 만났고 곧 이어 타카시를 만났다.
타카시는 우리를 만나자 마자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시부야의 어느 클럽으로 데려갔는데 출구에 있는 클럽 직원이 우리는 들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타카시 말에 의하면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이 너무 평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걱정하지 말라며 클럽 안에 들어 가더니 잠시 후 나왔고 그제서야 우리는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안에 들어서자 처음 들어보는 음악을 배경으로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가지각색의 개성 있는 옷차림과 레게, 펑크, 무지개, 삭발 등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완전 딴 세상 같았다.
가끔 미래시대를 배경으로하는 공상과학영화의 어느 한 클럽 같았고 동광이와 나는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었고 마침내 타카시에게 전철이 끊기기 전에 가야겠다는 핑계로 나와 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록번기로 향했다. 록번기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태원과 비슷한 곳이었다.
록번기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이자카야로 들어갔고 12시 정도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한참을 웃고 떠들다 2시도 되지 않아 취하고 말았다. 동광이를 집에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널드로 들어가 둘은 잠시 잠을 청했다. 새벽 6시쯤 되어서야 동광이는 정신을 차렸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한 편으로 즐겁고 좋았지만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쉬는 날에는 무언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자. 그리고 술을 마시더라도 절대 취하게 마시지 말자.
그 이후로 도쿄 시내 주변 관광지도 많이 다녔고 또 다른 일본인 친구 스즈노와 일본 생활을 많이 누릴 수 있었다.
가끔 동광이가 술을 마시자고 하면 정말 적당히 마셨고 2차, 3차를 가자는 동광이에게 일본에 온 목적을 상기시키며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 보냈다. 그런 날 이해해 주는 동광이가 정말 고마웠다.
동광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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