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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패기

한인 교회_열한 번째 이야기

내가 다녔던 KCP 일본어학교는 한국인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들의 활동이 왕성했다.

수업 첫날이었는데 모든 수업을 마치고 건물을 빠져나오는데 신입생인 줄 알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본인은 이 학교를 다녔으며 현재 일본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일본에서 몇 년을 살았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요도바시 한인 교회 이야기를 했다.

난 기독교 신자도 아니며 종교에 대하여 깊이 생각 해 본 적이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나섰다.

하지만 외국 생활의 어려움과 빠른 적응을 위해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교회를 찾기도 했다. 며칠 뒤 같은 반 형인 동수형이 갑자기 주말에 요도바시 교회에 가자고 했다.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형 자신도 불교 신자이지만 교회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소개받을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한 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와 한끼 해결한다는 소리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일요일이 되어 신주쿠 ALTA Studio 빌딩 앞에서 동수형과 교회 사람들을 만나 전철을 타고 타카다노바바라는 곳에 있는 요도바시 교회로 갔다. 요도바시 교회는 한인 교회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했다. 그중 절반 이상의 신자들이 유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를 하며 여러 사람들의 일본 생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대학 진학이나 기술 습득을 위한 유학생이 대부분이었고 내가 계획한 1년의 어학연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으므로 크게 동요하거나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동수형은 비빔밥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 이 날을 위해 어제부터 밥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놔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동수형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하거나 소개를 시켜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급 친구들 몇 명이 3일 동안 학교를 오지 않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교회 모임에 참가한다고 학교를 결석 한 것이다. 그 이후로 그들은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했다. 심지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유급당하는 친구들이 생겼고 교회 다닌 것을 후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교회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았다. 자기 자신이 문제였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좋지만 일본에 온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빠칭코에 빠져서 어떤 사람은 술에 또 어떤 사람은 아르바이트에 얽매여 자기 자신이 목적을 망각하는 경우를 수 없이 봤다.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