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닌 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마음 한 구석엔 어둠만 계속 보였다. 정말 갑갑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학교가 끝나면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돌아다녔다.
종로 떡집이라고 가부키쵸 인근 한국 떡집이 있었는데 여기서 떡뿐만 아니라 야타이(지붕이 있는 수레 노점)로 호떡 판매를 여러 군데 운영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니며 알게 된 호떡 굽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광이형이라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냥 호떡 야타이 사서 너 사업이나 한 번 해봐!”
“에이, 내가 무슨 사업을 벌여요.”
난 무슨 사업이라며 웃어넘겨 버렸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사업을 한 번 해봐’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 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좀처럼 사업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장사를 해보자는 생각들로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야타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만 하더라고 가부키쵸에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야타이로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팔고 꽤나 장사도 잘 되었다.
어떤 형은 포장마차, 어떤 형은 튀김 장사로 또 어떤 형은 숯불 닭 통구이를 팔기도 했으며 엄청난 돈을 벌고 있었다.
특히 통구이를 구워 파는 형은 도쿄대학교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낮에는 스포츠카를 타고 학교에 다녔으며 많은 돈을 모아 학교를 졸업하고 하와이로 다시 유학을 갔었다.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한국에서 자주 해 먹던 토스트를 팔아 보기로 다짐하고 다음 날 신주쿠 니시구치(서쪽 출입구)에서 한국 전을 구워 파는 분이 계셨는데 어떻게 장사를 시작했으며 어떻게 야타이를 구했는지 물어보았는데 처음엔 야쿠자에게 죽을 정도로 맞기도 하고 돈도 많이 갖다 바쳤다고 했다. 그렇게 어렵게 목 좋은 자리를 얻게 되었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포장마차를 하는 형이나 꽃을 파는 형도 만나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듣기도 했다.
공통점은 먼저 목 좋은 자리를 정하고 여기 동네를 관리하는 야쿠자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먹은 일, 칼을 꺼 내었으면 무라도 잘라야겠다 마음먹고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때부터 마음과 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야타이 제작을 아사쿠사에 가면 있다고 해서 어렵게 찾아가서 물어보니 제작하는데 30만엔 정도 될 거라고 했다. 여기에 철판에 기타 부수적인 물품까지 산다면 35만엔이 넘는 견적이 나왔다.
이 정도는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고 싼 물건이 나와 있는지 동경 교차로(한글)를 뒤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알아봐도 구할 수가 없었다.
마음먹은 지 3일 지났을 때 대광이 형이 종로 떡집에 중고 야타이가 나왔다며 가보라고 했다.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종로 떡집 사장님을 찾아갔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야타이가 있다고 들었다며 나에게 팔라고 하니 이상한 눈으로 처다 봤다. 그러면서 종로 떡집 이름도 있고 여기서 운영하는 호떡 기계로 언제 다시 사용할지 모른다며 팔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조르기 시작했다.
“사장님, 제발 부탁합니다.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못하고 이대로 조금만 지나면 한국에 돌아가야 합니다. 이대로 갈 수는 없습니다.”
사장님이 한참 고민하시더니 한 가지 제안했다.
“그럼, 호떡을 하게. 장사도 잘되고 돈도 벌 수 있을 거야.”
호떡을 하면 종로 떡집에서 반죽이며 안에 들어가는 설탕, 팥, 치즈 그리고 기름과 가스등 모든 재료를 가져다 써야 한다고 했다.
난 체인은 싫었다. 체인을 해서는 나에게 남는 것이 없을 것 같았으며 이미 마음먹은 것, 나만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 뜻을 굽히지 않고 사장님을 조르고 졸랐다. 너무 질리게 만든 것일까, 사장님은 한 숨을 쉬더니 그럼 33만엔에 사 가라고 했다. 이미 어느 정도 가격대를 알고 있었기에 다른 곳에서 사도 비슷할 거라 생각에 사기로 했다. 대신 호떡은 하지 않은 조건이었다.
대금은 돈이 없는 관계로 한 달 안에 세 번 나누어 드리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란다.
정말 어려운 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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