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야타이 장사가 자리잡고 생활이 안정되니 머리 속엔 온통 사업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이제 내 사업에 전력을 쏟는 일만 남았다. 몇 일 지나며 생각한 것이 타마고야끼만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어 평소 맛있게 해 먹던 김치전이라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김치를 싸게 판매하는 곳이 우에노에 있다고 귀동냥으로 들었던 적이 있었다.
‘우에노’는 우리나라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 재래시장이 있으며 아주 큰 ‘우에노 공원’과 ‘우에노 동물원’도 있다. 그리고 충무로의 오토바이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 것 처럼 여기도 오토바이 상가들이 줄지어 있는데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은 나는 가끔 구경을 가기도 했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자마자 김치를 사러 우에노로 향했다. 김치 골목이라고 어렵게 찾아 갔지만 김치 가게는 몇 군데 없었으며 김치가 결코 싼 것이 아니었다. 결국 김치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장사에 필요한 일회용 도시락, 나무젓가락, 비닐만 사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배추는 싼데 김치는 왜 이렇게 비싸지?’ 라는 생각에 김치를 직접 담아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음 날 장터라는 한국 슈퍼 장터에 들러 배추 다섯 포기, 고추가루, 파, 마늘, 생강, 설탕, 소금, 새우젓을 샀다. 이 많은 것들을 싣고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다. 배추를 절이는 큰 대야가 없어 욕조를 사용하기로 하고 욕조를 깨끗이 씻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나도 먹고 다른 사람도 먹을 음식이라 생각하여 정말 깨끗이 씻었다.
밤 10시정도 욕조에 배추를 절였다. 사실 다음날 학교를 다녀와서 김치를 담아야지 했지만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배추가 숨이 죽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것 같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 배추는 한국에서 자란 배추와 달리 너무 부드러워 소금에 절일 때 물이 빨리 빠진다고 했다.
어떨 수 없이 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김치 담그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고 열심히 메모한 본격적으로 김치를 담그지 시작했다.
우선 배추를 씻고 물기를 빼고 별도로 쌓아 둔 뒤 양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간마늘, 간생강, 새우젓, 고춧가루등 잘 섞었지만 좀처럼 어머니가 만는 양념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싶어 일단 양념은 다음으로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양파, 쪽파, 무 등을 한참을 썰었던 것 같다. 그러던 도중 손톱도 조금 잘렸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어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양념에 야채를 넣고 다시 섞어 배추에 버무리기 시작했다. 김치를 다 담그고 나니 새벽 5시였다. 배추 5포기 김치 담그는데 7시간 이상 소요된 것이었다.
참나, 내가 김치를 다 담글 줄이야.
생김치에 밥을 안 먹을 수 없었다. 금방 지은 하얀 쌀밥에 생김치를 먹으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 뒤 같은 반 형, 누나들에게 조금씩 나눠 주었는데 맛있다고 했다. 그리고 레슬리도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길래 작은통에 담아 주었다.
공짜라며 좋아하는 반 친구들과 레슬리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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