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식구가 와서 그랬는지 몇 명은 나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어디서 왔는지 뭘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등등 물어보았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내가 배낭 하나 매고 여기 온 것이 궁금했나 보다. 한 명은 갑자기 짐 정리를 도와주겠다며 배낭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가 가지고 있던 짜파게티를 보고 같이 끓여 먹자고 했고 차마 거절하지 못했고 잠시 후 나의 소중한 짜파게티는 그들의 배 속에 들어가 버렸다.
그렇지만 나는 3일 동안 거리를 배회하다 일자리와 숙소를 구했다는 것에 마냥 좋았다.
어느새 자정에 가까워 졌고 마중을 나왔던 곱상하게 생긴 사람이 다시 숙소로 찾아왔고 오늘 당장 일하러 가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사방에 걸려 있는 옷들을 뒤지더니 입어 보라고 던져 주는데 정장이 아닌가. 난 술집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정이 되자 안쪽 방에 자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씻기 시작했고 나도 시키는 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정말이지 모두들 행동이 무척 빨랐고 각자 움직임에 서로 방해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나를 마중 나온 사람과 같이 아르바이트할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어떤 일을 하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무덤덤하게 여자 손님을 대상으로 접대하는 일이라고 대답하며 일명 호스트라고 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깜짝 놀랐다. 내가 호스트를 한다고? 믿기지 않았다.
가게는 치바 시내에 있었는데 7 SEVEN 이라는 네온사인을 내 걸고 있었다.
가게 안을 들어가니 정말 좁은 공간이었고 10 테이블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영업은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잠시 후 그곳의 막내 호스트가 나에게 일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테이블 세팅하는 것부터 시작해 언더락 컵에는 얼음 3개 정도가 좋다고 했으며 술은 컵의 70~80%로 따라야 하며 컵에 생긴 물기는 수시로 닦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술잔의 물기를 닦을 때 손님이 입을 대는 컵 위쪽을 잡으면 안 된다고 강조를 했다. 그 외 손님들이 기분 나빠질 행동은 절대 하지 말고 적당히 선을 지키며 예의를 갖추라고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sRweDrU2sc
새벽 3경 첫 손님이 왔다. 당연히 여자 손님이었고 한국인이었다. 술이 조금 취한 듯했는데 자주 오는지 대부분 호스트들이 아는 척했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자 여자 손님 주변으로 호스트 4명이 앉아 손님의 기분을 맞추며 때론 동생처럼 때론 친구처럼 때론 오빠처럼 행동했다.
그날은 손님이 거의 없어 나는 틈틈이 내 물 잔에 생긴 물기를 닦는 연습을 했고 다른 호스트들이 손님을 어떻게 접대하는지 지켜봤다.
하루 일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뭔가 불안하고 갑갑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이건 정말 아닌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잠을 설치다 보니 어느 듯 다음날 자정이 되었고 다시 일을 나갔다.
그날은 세 팀이 왔는데 손님들 나이가 21살이란다.
일본인 상대로 하는 술집에 일하는 아가씨들인데 엄청 난하게 놀았다.
반말은 기본이고 거친 말들이 난무했으며 폭탄주를 만들어 호스트들에게 먹였다. 폭탄주를 만들고 벽에 붙인 화장지를 치우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노래를 잘 불러 여자 손님들을 기쁘게 한 호스트들은 1만 엔(10만 원 정도)의 팁을 받았다. 그 손님들은 내가 본 것만 팁으로 8만 엔을 사용했다. 그 당시 나로선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틀째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는데 정말 많이 먹었다. 언제 굶을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피곤하고 배도 불러서 인지 금방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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