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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패기

고마운 사람들_일곱 번째 이야기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스틸 컷

치바 역에서 카이 소쿠(쾌속) 전철을 타고 도쿄역에 내렸는데 학교가 있는 요츠야로 가는 길을 몰라 지나가는 여성분께 물어보니 마침 요츠야로 간다고 같이 가면 된다고 했다. 요츠야행 전철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영어와 일본말을 섞어가며 아주 가끔 말이 통할 땐 뭔지 모를 희열도 느끼고 빨리 일본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요츠야에 있는 소피아대학을 다니고 독어를 전공한다고 했다. 요츠야에서 헤어지면서 연락처를 받았는데 일본 생활이 안정되면 꼭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였던 KCP일본어 학교에 겨우 시간 안에 도착했다. 나처럼 커다란 등산 배낭을 메고 온 학생은 나 밖에 없었다. 오늘은 간단히 오리엔테이션을 했고 레벨 테스트 시간을 가졌다. 며칠 뒤인 7월 6일에 입학식을 하고 7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고 했다.

레벨테스트를 가진 교실에서 나오는데 일본에 도착한 첫날 공항 리무진을 같이 타고 온 한국인 누나가 있었다. 리무진을 타고 내릴 때 무거운 짐을 잠시 옮겨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고마웠는지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고운 마음으로 한 행동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신주쿠까지 걸어 나와 카이텐스시(회전초밥)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 서로에 대한 배경 등을 공유했다. 사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중요하지도 않지만 외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들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서로의 배경을 공유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스시로 충분히 배를 채웠는데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누나는 햄버거도 먹으라며 반강제적으로 나에게 햄버거를 먹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은 동포이자 누나로써 내가 가엽게 느껴졌나 보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는 가부키쵸로 향했다. 며칠 전 만났던 인석이 형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인석이 형을 만나 지난 3일간 있었던 이야기를 했고 놀라워했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온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신 휴대폰을 꺼내 여기저기 한국 친구들에게 전화하며 일자리를 알아봐 주었지만 일자리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동생처럼 대해 줄까? 너무 고마웠다.

한참을 같이 있다 밤 늦게 형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나는 처음 노숙했던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버스킹 하는 애들을 구경하고 잠시 쉴 때 같이 이야기도 했다. 그들은 배낭을 메고 있는 내가 단지 배낭여행객으로 보였는지 일본 어디 어디 가봤는지 물어봤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일본 젊은이는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친구도 있어 속으로 많이 놀랬다.